온리워치 경매는 2005년부터 시작,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자선 경매다. 각 시계 회사들이 기존 시계의 소재나 디자인을 바꿔 단 하나의 시계를 내놓고 이를 경매에 부쳐 낙찰된 금액을 모두 뒤셴근이양증 또는 근육위축병Duchenne Muscular Dystrophy을 연구하는 재단에 기부한다. 2년 전에는 앤틱쿼럼에서, 그리고 올해는 이미 뉴스로 소개한 데로 필립스에서 경매를 담당했고 11월 7일 제네바 시간으로 오후 3시에 시작됐다. 경매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지만 작년 소더비에서 판매한 파텍 필립의 헨리 그레이브스 수퍼컴플리케이션 회중시계의 기록을 잇는, 시계사의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 바로 파텍 필립이 내놓은 Ref.5016A-010 시계가 7,300,000스위스프랑, 한화로 자그마치 83억8천여 만원에 달하는 금액에 판매되어 역대 손목 시계 역사상 가장 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경매 시작하자마자 두 대의 전화가 각축 끝에 9분만에 낙찰된 이 시계는 1993년부터 2011년까지 파텍 필립이 내놓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처럼 36.8mm의 작은 칼라트라바 스타일의 케이스에 뚜르비용, 미닛 리피터, 문페이즈를 갖춘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탑재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시계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란 점이다. 사실 파텍 필립에는 스틸이나 티타늄 소재가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소재로 제작한 시계들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변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번처럼 추정가 700,000~900,000스위스프랑(한화 8억4천~10억4천만 원대)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을 달성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2013년 온리워치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파텍 필립의 전작, Ref.5004T-001시계를 뛰어 넘는 기록이다.
파텍 필립은 2005년 온리워치 경매 시작부터 참여했었는데 나머지 역대 시계들도 함께 살펴봤다.
2005년에 소개한 Ref.5099/101-RG-001 카브리올레 곤돌로 시계다. 수동 무브먼트로 스몰 세컨드를 둔 다이얼 위에 덮개를 둔 형태다. 모나코 앤틱쿼럼을 통해 120,000유로(한화 1억5천만 원대)에 낙찰됐다.
2007년 내놓은 Ref.5712T-001 노틸러스 시계로 문페이즈, 날짜, 파워리저브 창을 둔 캘린더 시계로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 주목 받았다. 모나코 앤틱쿼럼에서 525,000유로(한화 6억 6천만 원대)에 낙찰됐다.
2009년 내놓은 문페이즈, 스카이차트, 날짜 기능의 Ref.5106R-001 셀레스티얼 시계로 모나코 파트리치&코에서 535,000유로(한화 6억7천만 원대)에 낙찰됐다. 베젤을 22K 로즈 골드 소재로 제작했고 특별히 기요셰 패턴을 넣었다.
2011년에 내놓은 Ref.3939HA-010 시계로 미닛 리피터, 뚜르비용을 탑재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특별히 스틸 소재로 제작해 높은 관심을 받았고 그 결과 1,400,000유로(한화 17억4천만 원대)에 판매됐다.
2013년에 내놓은 이 시계는 퍼페추얼 캘린더와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탑재한 시계로 화이트 골드,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플래티넘과 일부 스테인리스 스틸 한정판으로 나왔으나 온리워치에 처음으로 티타늄 소재로 나왔고 덕분에 당시 33개 시계 총 판매액 5,066,000유로(한화 63억 원대)의 절반을 차지하는 2,950,000유로(한화 36억7천만 원-이는 2015년 환율 환산가이고 2013년 당시 한화 환율로는 40억 원을 넘었었다.)에 낙찰됐다.
그리고 2015년 시계는 전작의 기록을 모두 뛰어 넘었을뿐만 아니라 손목 시계의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좋은 일에 기부하는 것이니 인심 팍팍 쓰자라는 마음으로 임했을 수집가가 자주 등장할 리는 없겠지만 바로 작년인 2014 년 11월 소더비 경매에서 240억원대를 기록한 헨리 그래이브스 수퍼컴플리케이션을 기록을 보라. 계속해서 경매에서 눈부신 기록을 만들어내는 파텍 필립의 행보는 기계식 시계, 특히 하이엔드급 시계들의 미래를 긍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가? 시계가 기술과 예술이 만난 인류의 산물로서 가치가 높다는 명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테고 스마트워치의 공세 속에서도 리치몬트 그룹의 매출이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소식처럼 시계에 대한 관심은 또 다른 관점에서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차, 그림, 조각, 와인보다 훨씬 작고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재테크의 수단으로서 말이다.
- 원화 환율은 2015년 11월 기준 환율로 환산했고 2013년이나 2014년 당시 환율과는 조금 달라 가격차가 있다.
- 때마침 한국에서 파텍 필립 시계 전시가 곧 열린다. 관심이 있다면 –> 파텍 필립 서울 전시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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