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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3 Hands

무엇인가를 만드는 작업은 크거나 작거나 막상 해보면 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경중을 따지기 힘들지만 ‘시계’라면 유독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소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이를 가공하는 도구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하나 하나 고가다. 완벽하게 구비했다 하더라도 잘 다루는 기술이 없다면 무용지물. 가르쳐 주는 곳도 많지 않아서 시계의 산지로 알려진 스위스에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에서 시계를 만든다? 그것도 혼자서? 몇곱절로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도전장을 낸 사람들이 있다.

우선 세라믹 소재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황진영 대표의 지그 지르코니아. 무브먼트는 론다 쿼츠를 사용하지만 세라믹 소재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직접 만들었다. 1인 제작자인 그가 시계를 제작하는 과정을 기록한 블로그는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2012년 이후 글을 올리지 않고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를 만들고 싶다는 바램을 밝혔지만 아직 신제품은 무소식!  아쉽지만 그의 도전은 높이 산다.

그리고 스튜디오 쓰리핸즈Studio 3 Hands. 홍익대학교에서 금속공예로 석사까지 마친 현광훈 대표는 대학교 3학년부터 핀홀 카메라를 직접 금속을 두드려 제작했는데  기계식 무브먼트를 카메라에 적용하면서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카메라가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카메라, 그리고 그간 만든 시계에 대한 궁금증은 매우 컸고 지인을 통하면 쉽게 만날 수 있었으나 그간 만나지 못했던 건 순전히 바쁘다는 핑계때문일듯.

지난 10월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서울 전시를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던 스튜디오 쓰리핸즈를 마침내 만났다. 바로 ‘2016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다. 2016년 KCDF가 선정한 62명의 신진 공예가가 선보이는 창작공방관  N13 부스에 자리한 스튜디오 쓰리핸즈. 공방에서 직접 작업하는 책상과 선반을 그대로 가져다 놓았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작업대 위에 놓인 부품들, 그리고 그 결과물인 시계를 보면 1인 제작자로 얼마나 쉽지 않은 길을 겪어 왔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스위스의 시계제작자들 중에서도 ‘전설’로 꼽히는 필립 듀포가 작업하는 모습을 접한 뒤 시계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그는 해외에서 장비를 구매하고 일일이 자신의 것으로 고쳐나가고 직접 제작하면서 독학으로 시계를 공부해 왔다고.

그렇게 만든 첫 시계가 바로  MMM이라 이름붙인 이 시계다. 그가 선후배에 시계를 함께 공부하기 위해 만든 동아리 이름이란다. 100%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아니라도 직접 수정하고 다이얼과 케이스를 만들어 제작한 시계 이후 현대표가 즐겨 착용하는 이름 그대로 3개의 핸즈(중앙 초침)를 가진 시계에 이어 세 번째 모델을 여기에서 공개하고 있다.

바로 전작처럼 중앙 초침이 아닌 스몰 세컨드를 가진 모델로 파란색이 돋보이는 밤하늘, 나이트 스카이Night Sky와 갈색의 사막, 데저트Desert가 그것이다. 무브먼트는 직접 수정했고 다이얼, 핸즈도 자체 제작했다.

먼저 데저트를 보면 중앙에는 샌드 블라스팅 기법으로 마감했다. 더 균일한 질감을 위해 수직으로 뿌리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작은 초침창은 이와 잘 어울리는 황동 소재로 마감했다.

인덱스 링의 숫자도 음각으로 작업했고 황동에 은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은은한 빛깔을 만들었다. 무브먼트는 ETA 6498-1을 사용했는데 기존 브릿지를 드러내고 직접 새틴 피니싱과 챔퍼링을 해서 마감한 새로운 브릿지를 끼워 넣어 칼리버 33이라 이름지은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시켰다.

나이트 스카이는 인덱스 링에 3, 9, 12만 넣은 데저트와 달리 6을 뺀 나머지 숫자를 다 넣었다. 중앙 부분은 열을 가해 변색시키는 블루잉을 통해 얻은 파란색 스틸 소재로 마감했다. 그 위에 데저트와 동일하게 수공으로 마감한 핸즈를 얹었다.

케이스 지름은 44mm. 지름이 15cm가 안되는 손목에는 다소 크지만 착용감은 편안하다. 시계는 각각 33개 에디션으로 한정생산하는데 주문 생산 방식이라 원한다면 크라운을 비롯해 다이얼 등 몇 가지 요소는 바꿀 수도 있을듯. 제작자와 잘 얘기하면!  마침 2016년 12월 7일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해 함께 첨부한다.

이 시계들을 보고 작가님과 직접 제작 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다면 전시가 끝나기 전에 방문하시라.

전시는 <2016 공예 트렌드 페어>,
장소는 삼성역 코엑스 홀A,
기간은 11월 7일(목)부터 11일(일)까지,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 www.studio3hands.com
현광훈 작가의 페이스북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All Text & Photos © Manual7
Movies ©  Studio 3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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