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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Jean-Marc Wiederrecht Agenhor

에르메스와 시계제작자 장-마크 비더레히트

시간을 오브제로 보고 유희적인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내는 에르메스의 새로운 시계,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시계. 이 시계를 구동하는 핵심 무브먼트를 제작한 아젠호의 대표이자 전설적인 시계제작자로 손꼽히는 장-마크 비더레히트와 사전에 서면 인터뷰를 했다.

Slim d’Hermès L’Heure Impatiente

예전에 타임 서스펜디드가 나왔을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마침 2017년 1월 아젠호를 직접 방문해서 에르메스 외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왔었다. 일단 서면 인터뷰를 먼저 올리고 후에 바젤월드에서 직접 미팅 후 추가로 내용을 올린다.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 모듈의 기술적인 성취는 어떤 것입니까?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뜨는 독자적인 기술로 완성되었다. 이 새로운 컴플리케이션의 개발 기획은 이미 5년 전부터 시작됐다.  레흐 앙파시앙뜨 모듈은 2mm의 매우 얇은 두께를 가진다. 그 두께 내에서 구현해야하는 기술 중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먼저 소리를 내는 공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공은우리가 원하는 특별한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소리를 조율해 나가면서 형태를 완성해야 했다.  슬림 데르메스 라인 특유의 얇은 골드 케이스 내에서 제대로 소리를 전달 할 수 있게끔 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타종 장치는 다이얼 위에서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지도록 앙파시앙뜨 디스플레이와 함께 연동되는 구조인데 이를 움직이는 동력은 별도로 가지지 않고 오직 모듈 아래 위치한  H1912 베이스 무브먼트를 통해서만 전달된다. 그렇 모든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브먼트의 구조가 가장 최적화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했다.

이미 작업했던 타임 서스펜디드 시계 남성시계와 여성시계Le Temps Suspendu men & lady와 비교했을때 어떤 작업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까?

이 모듈은 특별히 제작한 매우 작은 발(feet)을 통해 케이스에 연결해서 케이스 내에 안전하게 고정시켰고 동시에 소리의 공명을 만들어 내기 적당한 수준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이얼 역시 그 둘레가 케이스와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 없도록 설계했다. 모듈의 아랫 부분과 무브먼트 주위에 공간을 마련하는 매우 특별한 설계방법을 통해 다이얼 윗 부분의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시계 두께를  얇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타종 기능까지 넣었어야 했는데 타종 소리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있었습니까?

시계는 엄밀히 얘기하면 알람 시계가 아니다. 그래서 공은 매우 가볍고 작게 만들었다. 이 공은 원하는 순간, 단 한번만 울리게 되어 있으므로 그 소리가 충분히 들릴 수 있는 수준의 울림이 지속되도록 최적화 했다. 우리는 이 소리가 시계를 찬 사람에게만 들릴 수 있도록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도 높고 선명한 소리로 설계했다. 우리가 원하는 완벽한 소리를 얻기 위해 30개가 넘는 공링을 설계하고 실험을 거쳤다.

공을 움직이기 위한 동력은 별도로 손으로 와인딩할 수 있는 독립된 동력 기관이 아닌 베이스 무브먼트 자체에서 제공된다. 그리고 새롭게 선보이는 독특한 컴플리케이션 , 말하자면 ‘기계식 모래시계’는 9시 방향에 위치한 푸쉬버튼을 통해 조작 가능하다. 이렇게 간편한 온/오프ON/OFF 조작 방식까지 통합하는 것 또한 매우 복잡한 과제였다. 무브먼트와 케이스가 함께 소리의 울림을 극대화하는데 1mm 두께의 다이얼 역시 공과 닿을 수 있게 설계한 2개의 스크류 덕분으로 소리의 울림을 함께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에르메스와의 협업 외에도 아젠호에서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특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젠호는 시작부터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개발했다. 이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경과한 시간을 지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각 월month은 시작과 끝이 있고, 주week나 연도year 역시 그렇다. 원형으로 회전하는 방식의 구성은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되어 있지만,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경우 시작과 끝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해서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이용해 시간을 나타낸 최초의 시계(레트로그레이드를 통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혹은 시각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능 제외)는 1980년대 말 해리 윈스턴이 소개한 바이-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였다.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은 시계 디자이너들에게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핸즈들은 무조건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이얼의 중앙이 아니어도 시간을 표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이얼의 원형 내에서 핸즈가 표시 할 수 있는 정보들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고, 다이얼 위의 정보들을 좀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준다.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이 주는 또 하나의 특징과 장점은 이 기능이 달팽이 모양의 부품인 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캠을 사용하면 앞서 선보인 타임 서스펜디드 모듈에서 보여준 것 처럼 시간의 경과를 기억 할 수 있다. 르땅서스팡듸 Le Temps Suspendu시계의 경우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이 아니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던 시계로, 궁극의 레트로그레이드 시스템을 활용한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계의 시침과 분침은 360°로 회전하는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담고 있으며, 캠들을 활용해 다이얼 위의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 실제 시간을 ‘기억’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한 ‘슬림 데르메스 레흐 앙파시앙트’ 시계 역시 에르메스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서 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이 필요했다.

파베르제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고 계시지만 에르메스와의 작업은 어떠한 경험이었습니까?

에르메스와의 협업을 통해 항상 기존에 볼 수 없던, 재미있고 즐겁게 시간을 표현하는 독특한 컴플리케이션들을 소개할 수 있어 즐거웠다. 시간을 바라보는 메종만의 독특한 시각을 표현해내는데 있어 우리의 기술적인 전문성을 제공하며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황홀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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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s © Hermès & Manua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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