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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 Defy Lab

기계식 시계의 새로운 장을 연 제니스 디파이 랩

지난 9월 1일 2017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의 12개 카테고리, 6개씩 총 72개의 수상후보작이 발표됐다. 이 시계들은 이미 지난 바젤월드 이전에 출시한 시계들로 6월 말까지 참여 신청을 마쳤고 7월 말 전세계에 있는 심사위원들이 1차 심사를 한 결과였다. 때문에 그 이후 나온 시계라면 간혹 제외되는 경우가 있었다. 2015년 시상식에서도 수상후보작이나 수상작에 오르진 못했지만 심사위원 특별상에 이름을 올린 시계가 있었는데 바쉐론 콘스탄틴의 Ref.57260이다. 현재 가장 복잡한 기계식 시계로 손꼽히는 이 시계는 2015년 9월까지 베일에 감춰져 있다가 홍콩에서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첫 선을 보였고 그런 까닭에 당연히 참여작이든 수상후보작에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의 심사는 시상식 전에 실제 시계를 만져보고 심사하는 2차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1차 심사 후부터 2차 심사까지 약 3개월 공백 기간 새롭게 등장한 시계나 사건에 관해서도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바쉐론 콘스탄틴의 Ref.57260이 화두에 오른 것이다. 물론 심사 위원상은 시계가 아닌 업적을 남긴 사람이나 단체에 수상하기에 시계보다는 제작에 공을 세운 3명의 시계제작자, 미키 핀투스(Micke Pintus), 야닉 핀투스(Yannick Pintus), 장-뤽 페랭(Jean-Luc Perrin)이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2017년에도 그런 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물론 애초에 참여하지 않은 시계도 있고 참여했다 해도 수상후보작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관심을 가질만한 시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 중에 하나는 제니스의 데피 랩(Defy Lab) 시계다. 유독 경합이 심했던 메카니컬 익셉션 카테고리에 출품된 이 시계는 그간 소개된 적이 없었고 공식적으로 오는 9월 14일 스위스 르로클 본사에서 출시를 알리며 존재감을 드러낼 참이다. 그러므로 시계업계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있다고 하더라도 관계자가 아닌 다음에야 미리 알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시계매뉴얼>도 이 시계의 본사 출시 행사의 초청을 받았는데 이 지면으로 먼저 소개한다.

현재 시계업계에서는 독립제작사보다 집단을 이룬 그룹사의 비중이 매우 큰 편이다.  럭셔리 패션 그룹으로 잘 알려진 LVMH 그룹도 마찬가지. 엔트리레벨을 꽉 잡고 있는 태그호이어, 럭셔리 스포츠 시계의 선두에 선 위블로, 오랜 역사를 가진 제니스를 필두로 초박형 무브먼트에 기록 행진을 갱신하고 있는 불가리와 스마트 워치까지 내놓고 있는 럭셔리 패션의 대표 주자 루이 비통까지 은근히 다채로운 시계 브랜드 라인업을 보유했다. 이 가운데 다소 평가절하되어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는 제니스의 행보가 최근 심상치 않다. 위블로를 성공으로 이끌고 태그호이어의 커넥티드 시계로 주목받은 장 클로드 비버 사장이 2017년부터 제니스까지 본격적으로 관여하면서 가져온 자연스런 변화일까. 어쨌든 1969년 엘프리메로를 세상에 소개한 이래 빛을 발하지 못하던 브랜드가 다시 수면에 오르는 일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지난 4월 바젤월드에서 장 클로드 비버 사장은 ‘전통의 미래(the future of tradition)’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제니스의 새로운 시계, 데피 엘프리메로 21(Defy El Primero 21)의 출시를 목청 높여 알렸다. 시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태그호이어 미크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듀얼 체인 구조로 360,000 VpH(50Hz) 진동수를 가지는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하고 있다. 이는 온도나 자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카본 나노튜브라는 신소재로 제작한 밸런스 스프링을장착하면서 가능해졌다. 데피 랩은 이를 잇는 시계라 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다음주 공개하지만 이미 장 클로드 비버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데피 랩의 존재를 알렸고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의 참여작으로 이 시계의 존재를 이미 알렸다. 실물을 보면 어떨 지 모르겠으나 지름 44mm 케이스는 매우 가볍고 견고한 알루미늄 합금 신소재, 에어로나이트(Aeronite)로 제작했다. 이는 LVMH에서 개발한 소재로 밀도가 1.6kg/dm정도로 티타늄보다 2.7배, 순수 알루미늄보다 1.7배, 탄소보다 10% 더 가볍다. 위블로를 위해 개발한 이 다공성 알루미늄 소재는 이제 제니스에서 다시 한 번 사용됐다. 두께는 14.50mm로 시, 분, 초의 기능만 가진 시계치고 그리 얇은 편은 아니다.

이 시계의 진가는 특별한 이스케이프먼트 장치에 있다. 현재 기계식 시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밸런스 스프링의 형태를 1675년 고안한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 물리학자인 크리스티앙 호이겐스(Christian Huygens). 그의 뒤를 잇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LVMH 시계 조사 및 개발 부서(LVMH Watch Division Research & Development)에서는 ZO 342라는 새로운 칼리버를 탄생시켰다. 모노크리스탈린 실리콘 소재로 만든 새로운 제니스-오실레이터로 밸런스 휠의 진동각이 +/-6도(일반적인 기계식 시계 밸런스 시스템의 진동각은 280~300도 정도다)로 매우 빠른  108,000VpH(15Hz)의 진동수를 이룩했고 이로서 일오차 1초 이하의 정확성을 내세운다. 기존 엘프리메로 무브먼트의 3배 넘는 진동수에도 불구하고 파워 리저브는 55시간이다. 시계는 온도 변화, 자성 기준 등에 관해 브랑송 천문대, ISO 3159, ISO 764 기준의 검수 및 인증을 받았다.

10개만 한정 생산할 시계는 29,900 스위스프랑(2017년 9월 환율로 3,500만 원대)의 가격으로 소개된다.

 

Text © Manual7

2017년 9월 14일 정오, 스위스 르로클 본사에서 공개한 제니스 데피랩의 추가 보도자료에 따르면 10개 한정 생산한 시계는 수집가들에게 선판매가 됐다고 한다. 이미 구입한 고객들은 10개 각자 다른 특별한 선물 박스를 받을 뿐만 아니라 이날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에 초대됐고 제니스 매뉴팩처 투어를 했을뿐 아니라 장-클로드 비버, 줄리앙 토나레, 기 세몬 등 제니스와 LVMH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고 함께 식사 후 19세기부터 와인으로 유명한 샤토 디켐 소테른에 방문해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등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고!

아래는 공식적으로 공개한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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